▲ 역전식구들 세례식
광경
일찌감치 나섰지만 교회에 도착하니 이미 예배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은 예성교회(성창경 목사)가 1년에 한 번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갖고 있는 역전식구초청
예배의 날이다. 저녁 7시 30분부터라는 공지가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 무렵부터 한두 명씩 오기 시작하더니 예배당은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느껴져 고맙고 감사한 교회는 너무
지루할까봐 부랴부랴 김밥을 준비해서 대접하기도 했다. 저녁만찬과 행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은 흡사 잔칫집처럼 기분 좋고 따듯하다.
나눔
사역 17년
역전식구는 예성교회에서 호칭하는
노숙자들의 다른 표현이다. 교회가 설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노숙자 섬김을 시작했던 담임 성창경 목사는 올해로 어느새 18년을 헤아린다.
교인 한 명 없던 개척교회 시절 간간히 방문하던 노숙자들에게
“돈은 없지만 밥은 있다.”며 따뜻한 국 한 그릇에 식사 한 끼 대접한 것이 오늘의 나눔 사역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수원역에서 노숙자, 무의탁 노인, 결손 아동을 위한 무료 급식을 운영하다가 2000년 7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259-33 소재에 나눔의 집을 개관했다.
예성교회는 이보다도 한참 늦은 2010년 5월 28일 설립해서 올해로 7년의 짧은 역사지만 강한교회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제 예성교회하면 노숙자 섬김의 교회로
유명해졌다.
역전식구 초청예배
예배는 시간을 조금 당겨 7시에 시작했다. 박자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듯 찬양하는 이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간구하는 듯 한 자세로 찬양하는 이들도 익숙한 듯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두 손을 깍지 끼기도 하고,
마주 잡기도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가하면, 깍지 낀 손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설교를 듣는 자세 역시 귀이울이며
진지하다.
성창경 목사는 12년 전 41세에
이곳으로 와서 43세에 결혼 시켜 초등학교 1학년 딸과 첫 돌 된 둘째, 태중에 10주된 자녀를 두고 일주일 전 먼저 세상을 떠난 한 집사의
얘기로 설교를 시작했다. “노숙생활을 하다가 일주일만 있다가 이곳으로 왔던 그는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1년이 되고 1년이 10년이
되었다"면서 "평소에는 모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부지런하고 신실한 사람이 술만 마시면 180도로 달라졌다"고 전한다. 알코올중독을 고치지
못해 애통해 했던 그는 술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출을 감행했고, 돌아올 때는 늘 인사불성 상태였다. 나가기만 하면 죽지 않고 돌아오게 해달라는
기도에 바빴다.
10년 넘게 그렇게 지내다가 4개월 전 '이번에 술 먹으면 죽는다'는 성 목사의
경고에도 결국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사망한 그 날 그는 만취상태였다.
성창경 목사는 "그 집사님은 나의 멘토였다"면서 “비록 알코올중독을 고치지 못해 술로 사망했지만,
우리보다 복 있다. 10년 세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섬기면서 살았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성창경 목사는 “지금 이 자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다. 겸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야한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셔서 구원받길 원하신다. 오늘 모든 프로그램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길
바란다.”며 회중들을 향해 전했다.
설교 후에는 성도들 모두가
팀별로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몸찬양과 율동, 합창, 중창...등 참석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은혜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세례식. 예성교회는 역전식구 초청예배 때,
세례식을 갖는다. 이번에는 30여 명이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증서를 나눠주면서 성 목사는 늘 지니고 다니라고 당부한다.
“10년 쯤 됐을까. 아버지가 부도로 가출해서 27살이던 딸은 늘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구원을
위해 기도했다고 합니다. 사망 연락을 받고 몹시 서글펐던 딸은 그나마 아버지가 입었던 옷의 포켓에서 예성교회의 이름이 있는 세례증서를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고 교회로 연락을 해온 일이 있습니다.” 성 목사는 세례증서와 얽힌 일화를 소개하며, 믿음의 확신을 갖고 신앙생활하면
가족들에게도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해
건강하게 살아계셔서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하고, 감기 걸리지 말고 내년에도 건강해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섬기는
이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나눔의 집
예성교회는
나눔의 집을 통해 하루 평균 300여 명의 세끼 식사를 감당하고 있다. 공예배가 있는 수요일과 주일에도 나눔의 집 식사는 중단되지 않는다. 그 시간에도 한 끼 식사가 간절한
이들이 있기 때문에 예배가 있는 날은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는다. 그리고 나눔의 집에서도 주일 오후 5시와 수요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이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선 150여 명 성도
전체가 사역자로 뛰어도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예성교회 성도들은1당 10의 역할은 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예성교회의 나눔의 집이 정부 기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거나, 지원받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눔의 집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하신다는 것이 성창경 목사의 말이다. 나눔의 집은 사람의 기획이나 계획, 설계가 필요 없다. 주님이 일하시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많으면
일꾼을,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그때그때 필요를 채워주신다. 직접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소파, 냉장고, 식탁, 난로,
정수기……. 대부분 비용을 들이지 않았지만 가꾸고 재정비하는 수고는 컸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배추 무 고추 감자 고구마 등 농산물은 영성원 주변
땅을 빌려 직접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제공되는 것이다. 나눔의집 봉사자들 역시 당번이 없다. 교인들 스스로 마음의 감동에 따라 봉사에 나서고 있으며,
외부에서도 동참이 줄을 잇는다.
봉사자들의 한결같이 말은 “내가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